"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마음 둘 곳이 없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 조해진의 문장은 방을 내어준다. 이 소설은 방을 내어주며 연을 맺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더 이상 일을 하며 버틸 수 없어 충동적으로 계획한 제주 여행을 앞두고 자신의 영등포 집을 에어비엔비 사이트에 내놓은 윤주와, 연인이었던 은철의 고향에서 지내고 싶어 그 방을 빌린 홍콩인 시징. 윤주는 제주에서 신공항 건설 관련 활동가로 일하는 친구 윤주와 함께 지내며 윤주의 공간을 빌린다. 이렇게 서로 곁을 내어주며 이 이야기는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의 자리를 만든다.
"신념과 사랑이라는 단어들에 함유된 아름다움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을 때때로 더 가난하게 하는지"(작가의 말. 170쪽) 소설가 조해진은 이 물음을 품은 채 이 인물들을 바라본다. 자신이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인 이들이,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 무너진 자리를 보며 마음 아파할 때,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173쪽)고 말하는 소설가의 문장이 곁을 내어준다. 비정규직으로, 홍콩인으로, 베트남전 참전자의 가족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하다 멈춰 선 이들에게 필요할 바로 그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101쪽)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102쪽)
- 소설 MD 김효선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