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금희의 첫 장편소설. 계간지에 연재되는 동안 이미 눈 밝은 독자가 먼저 알아본 그 소설이 드디어 독자를 찾았다. 이 반짝이는 소설엔 이런 이야기들이 얽혀 있다.
1. 업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국회의원 아버지 덕분에 취업한, 반도미싱 팀장대리 상수는 사내 파업에 참여한 이후로 진급하지 못하는 '문제 사원' 경애와 팀을 이뤄 서로를 돌보며 회사생활을 한다.
2. 연애상담 페이스북 '언니는 죄가 없다'에서 회원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던 '언니'. 이별 후 씻는 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이 깊은 무기력에 빠졌던 경애는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그 여름을 견딜 힘을 얻게 된다.
3. 상수에게는 "은총이 있으라"라고 인사하던, 영화광 친구 은총을 사고로 잃은 기억이 있다.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영화 동호회에서 만난 친구 E를 잃은 경애는 E의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면서 호된 겨울을 견뎠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언니'의 조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경애도, 상수도, 다른 이들도 마음이 파괴될 만한 충격을 여러 차례 겪었지만 조금 부스러졌을 뿐이다. 그들은 그 시간들을 건너왔고, 여전히 부지런히 일을 하고, 상대를 향해 말을 걸고 밥을 나누어 먹으며 그 시간들을 지나쳐 간다. 경애와 상수가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마음을 향해 가닿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우리의 마음을 비로소 들여다보게 된다. 2006년 젊은 작가 김애란을 이야기할 때 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단단하고 명랑하며 아름다운 소설을 이야기할 때 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던지고 싶다. <경애의 마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1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