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을 말하는 과학소설"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 유해의 사망 시점이 5만 년 전이라는 것이다. 대체 이 초문명을 가진 인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달에 갔으며, 그렇다면 이 문명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 기묘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전세계의 관련 과학 종사자들이 한데 모인다. 달에서 발굴 작업이 계속되면서 추가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가운데, 지구에서는 최고의 지성들이 가설을 세우고 파기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진실에 접근해간다.
<별의 계승자>는 유수의 걸작 애니메이션들에게 영감을 선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는 꼭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별의 계승자>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 이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을 만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F에서 중요한 요소가 새로운 세계 또는 개념을 만났을 때의 '경이감'이라고 했을 때, 지금 <별의 계승자>를 읽기 시작한 분들은 충격적인 놀라움을 만나기에는 조금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에 남은 걸작들은 한두 가지의 놀라운 아이디어만으로 버틴 게 아니다. <별의 계승자>는 그보다 더 많은 재미를 가지고 있다. 문장은 쾌적하며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언제나처럼) 냉철해서 얼마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를 여느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잘 보여준다. 가지고 있는 단서들을 과학적 가설로 조합해 가장 합당한 결론을 찾아내려는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소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는 <별의 계승자>는 아마 인류가 과학의 힘을 믿는 동안은 언제까지나 읽히고 회자될 소설일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