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묘미는, 풍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 안에 깊이있는 철학이 자리하는 데 있다. <장자>는 이론서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상징과 비유가 풍부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다만, 거기 깊숙하게 들어찬 철학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들이 진중하게 보일 뿐이다. 장자는 그만큼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도교철학의 두 태두인 장자와 노자는 평범하게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지만 실제로 일반대중은 보통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건 읽는이의 눈에 맞춰진 번역해설서가 마땅치 않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이런 번역이 까다로운 건, 단순히 쉽게 쉽게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원전의 의미를 해꼬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오강남 교수는 이 일을 적절하게 해냈다.
고전은 시대에 맞춰 새롭게 번역된다. 고전을 고전 그 자체로 해석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조응하는 해석이 끊임없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시대의 흐름은 학자들이 아닌 대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새롭게 해석해내는 고전은 대중을 무시할 수 없다.
오강남 교수는 철학쪽에 의미를 두어 자칫 너무 진지하거나 딱딱하지 않도록 풀어 해석했다. 이 이야기들만 본다면 철학 우화의 단편들을 읽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풀어헤쳐 그 본뜻을 잃지 않는 번역은 책을 가치있게 만든다. 이로써 <장자>는 우리의 삶에 한 걸음 더 접근한다. -
임지호(199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