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류시화가 마음에 건네는 시.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15년 만에 독자에게 말을 건다. 엮은이의 말에서 언급하듯 애매모호함 없이 더없이 명료하게 가슴에 다가가는 시, 그리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164쪽)를 가려 실었다. 수수한 말로 삶에 색채를 불어넣는 감각 있는 시라면 멕시코 복화술사의 시부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문학상 수상 작가의 시부터 페이스북 시인의 시까지 위계를 두지 않고 나란히 두었다.
지금 내 마음이 필요한 소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마음에 특히 와닿는 시가 때마다 다르게 보일 듯하다. 팬데믹의 시대를 살며 새로움을 시도하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리는 이 시기의 내게는 특히 이런 시들이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정화> 부분, 18쪽)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위험들> 부분, 32쪽)
"흉터가 되라 /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 부끄러워하지 말라. (<흉터> 전문, 42쪽)
"나는 배웠다 / 어떤 일이 일어나도 /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보여도 /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부분, 86쪽)
"당신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 삶을 부여잡고 /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중요한 것은> 부분, 49쪽)
첫 장에 실린 라이너 쿤체의 시처럼,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11쪽) 꽃은 제가 피어날 시기가 되면 어느 장소, 어느 시기이든 틀림없이 피어난다. 당신의 꽃도 언젠가 제 향을 드러낼 것이다. 시를 만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배우 김혜자, 시인 도종환이 추천했다.
- 시 MD 김효선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