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선하고 다정한 순간들"
남편과 사별한 후 고등학교 진로상담교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패티. 어느 날 맞닥뜨린 한 학생의 날선 인신공격에 자기도 모르게 더욱 잔인한 말로 응수하고 만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패티에게 깊은 생채기로 남는다. 그 일 이후 우연히 찾은 서점에서 패티는 같은 동네에서 자라 유명 작가가 된 루시 바턴의 회고록을 발견한다. 패티는 그 책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 끔찍한 상처를 품고 사는 것이 그녀 혼자만은 아니라고. "우리 모두 너나없이 엉망"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집.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아홉 편의 연작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저마다 아물지 못한 상처, 혹은 상처인 줄 모르는 사이 생겨버린 흉터를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 그 시간을 버티며 통과했"지만, 수치심과 실망감은 일상적인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소설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마음을, 그것이 만들어내는 다정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정말로' 듣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타인의 관심과 선의가 "사람들을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피부"가 되어 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소설 MD 권벼리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