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소설에는 친밀감과 반가움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 읽고 났을 때 하나의 각별한 체험이 된다. 이 책은 일곱 편의 소설이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은 사람의 이야기 혹은, 순간 순간 다가온 상실의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문체에 잘 담겨있다.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는 책의 제목을 탄생시킨 구절을 읽으며 한번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은 한 작가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됐다. 작가의 소설에는 억지 사건이나 억지 주장이 아닌 그만의 문학적 표정이 있다.
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