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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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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오직 사람 아닌 것>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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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그의 시가 짧고 간결해졌다. 사물이나 사태의 외부나 주변부를 기웃대지 않는다. 바로 중심을 향해 걸어 들어가 곧바로 안에서 터져 나온다. 시적 대상의 정곡을 정확하게 찔러 터져 나오는 신음, 또는 환희를 시의적절한 위치에 나누어 진열한다. 지난 시간의 아픈 서사들이 곰삭아 뭉게뭉게 평택 뜰 허공에 뜬 구름처럼 흘러간다. “꽃샘이 둘러보는/ 2월의 부엌살림”처럼 단도직입의 서늘함 뒤로 따라오는 이 은은한 사람의 체온이 그가 끝까지 들고 가는 시의 화두다. “갯벌을 오체투지로/ 조금씩 공양하며 오는” 밀물의 힘으로 서서히 큰 배를 들어 올리듯, 그의 간단치 않은 삶의 무게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시의 지렛대가 보인다.
2.
홍순영 시인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관성적 사물과 익숙한 정경 속에서 존재 이전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숨결”을 읽는다. 통째 떨어지는 동백 꽃숭어리의 마음이 소용돌이치던 허공의 밀실 “문고리”를 찾아 더듬고, “겹겹의 미로를 품고” 있는 맨드라미 붉은 꽃잎의 미로 속에서 “맨 처음 그 붉은 길을 열었”던 맨드라미 이전의 설핏한 핏자국을 본다. 시인의 촉수는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의 내면이 얼마나 뜨겁게 소용돌이치는지 관찰한다. 소소하게는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의 이면에서 비장하게 “마지막을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시인은 “카오스 옆집에는 코스모스가” 사는 것처럼 존재 이전 혼돈의 에너지를 통해서 현재로 이어지는 존재들의 질서를 우주적 생태계로 포괄한다. 빅뱅 이후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탄생한 지구라는 별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들 또한 이 세계라는 뒤엉킨 에너지를 나름의 질서로 내면화하면서 간다. “돛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험난하게 살아온 ‘눈먼 노인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향한 기타 연주’처럼 기타와 스스로의 경계를 지우며 사라져가는 새로운 카오스로의 비상은 시인이 끝없이 추구하는 통속적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따고 또 따도” “새잎을 밀어내는 상추”의 지난한 성장 끝에 완성된 또 다른 혼돈의 결정체인 씨앗을 ‘무릎을 꿇고 받아 모시는’ 그녀의 수확이 알차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김유미 시인이 통과해 온 많은 사건과 사물과 풍경 뒤로 전개되는 이미지는 파편화된 생의 아픔과 슬픔의 기억들을 이어 붙인 형형색색의 조각보 같다. 폭력과 치유가 함께 공존하는 ‘골목’, 위안과 구원으로 날아오르는 ‘구름’과 ‘새’, 쓰라린 상처를 과용하는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퇴색해 가는 삶의 비의들이 각각의 색깔로 드러나는 시편들, 그 위에 빛과 어둠,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을 뒤섞은 물감으로 그녀는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채색을 입혀 나간다. 그리고 일상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거짓을 뒷받침”(?골목의 효능」)하는 위장된 ‘진실’의 벽 앞에서 “담장 너머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뿌리의 어둠을 신뢰할게요”(?망고는 괜찮아요」)라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언어의 반대쪽에서 시의 모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그녀가 서 있는 이쪽 어둠의 처연한 감정이 작용한 결과라는 걸 알겠다. 그러니까, 시의 “열병을 앓아 소리를 모두 삼켜 버린” 언어의 장벽은 지독한 ‘편식주의자’처럼 “소리를 집어삼키는 거울의 식이요법”으로 극복하는 것(?소리의 거처」). 내 안에 갇혀 사는 우울한 새에게 “흰 구름”을 떠먹이면 “노랗게 물들인 내 머리카락이 자”라는 명랑한 슬픔처럼(?새의 감정」), 그녀의 상상력이 견고한 문자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극한의 허공에 의미를 벗어던진 시어들이 반짝인다.
4.
현대시가 일반 대중들에게 외면당한 것은 소통의 문제였다.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일반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일단 시 개념에 대한 몰이해가 한몫을 했다. 산문이 평면적으로 펼쳐지는 메시지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라면 시는 언어를 뛰어넘는 운문만의 입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마치 사방을 돌아가며 조밀한 조각품을 감상하듯 시인의 다각적인 의도를 살펴서 마침내 지금껏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이미지와 조우할 때, 독자는 일차원적인 감동과 울림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에 가 닿는다. 시인들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시라는 형식의 특수한 메커니즘을 통해 언어의 실제화를 꿈꾸는 것이다. 김명철 시인의 『현대시의 감상과 창작』은 창작자로서 분석자로서 그동안 한국시의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시의 ‘만물서’이다. 부드럽고 친절한 현대시 이해의 교과서 같은 이 책은 시 ‘감상’의 영역을 세분화하여 감성과 이성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그동안 어두웠던 대중들의 시의 방에 명징한 코드를 꼽아준다. 순간, 캄캄했던 우리들 의식의 미개척지가 환하게 드러난다. 책 말미에 살짝 붙인 ‘창작의 실제’는 이제 자신의 내면을 더 밝히고 싶은 사람은 시창작의 불을 당겨보라는 유혹의 불씨처럼 다분히 충동적이다. 이것은 스스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세워보라는 전언이자, 이 질서에 가담하는 순간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암시이다. 현대시의 높고 낮은 지형을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그려낸 이 길잡이를 통해 일반 독자들이 호젓한 시산책의 오솔길로 가볍게 접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8,100 보러 가기
낮잠에 잠깐 들었는데 누군가 그녀의 몸을 다녀갔다. “육신의 모든 촉수”가 열리고 꽃 핀 기억이 없는데 어디선가 긴 여름날의 비릿한 한 생을 끌어안고 지는 꽃잎에게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진다. 어딘지 모를 먼 곳에서 지는 꽃의 신열이 전생의 유언처럼 간곡하게 여운으로 전해지는 것은 사람과 꽃이 원래 혈육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먼 ‘꽃’을 더듬어 찾아가는 기억이나 사물의 내면 캄캄한 밀실에는 실핏줄처럼 뒤엉킨 난독의 지형도가 펼쳐져 있고 거기 어디쯤 “서쪽으로 사라진 푸른 낙엽의 행방”에 대한 단서도 잡힌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미로처럼 뒤엉킨 그녀의 내면은 바로 ‘고독’을 ‘발명’하는 실험실 같은 곳인데, 문득 그곳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일상은 “평온을 가장한 거짓 풍경”뿐이다. 그녀의 시는 내면의 낯선 풍경과 “수시로 감정을 바꾸는 창”을 통해 내다본 ‘외면의 실루엣’이 겹쳐지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피지 않은 꽃이 지는” 그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한 아름 꽃다발을 안고 돌아온 그녀가 “꽃을 놓을 자리를 찾”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 꽃다발의 자리는 없다. 덜컥 받고 보니 이 꽃의 향기는 ‘독’이었다. 그녀는 기왕의 좀 더 치명적인 역설과 반전의 꽃다발 속에 “얼굴을 묻”고 밤새 그 어둡고 낯선 문장의 지형도를 읽는다. 이윽고 맹독의 향기 속에서 얼굴의 형체가 다 녹아버린 시인이 이른 아침 햇살 아래 일그러진 언어의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그녀에게 시는 어찌 할 수 없는 처치 곤란의 축복이다.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5일 출고 
이해균 작가가 스케치 여행을 떠나면서 챙긴 것은 소소한 화구뿐만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오래 머문 풍경 위로 한결같이 ‘문득’ 떠오르는 시편들과의 동행, 시의 활자들이 풍경 속에서 풍경의 일원이 되어 유기적으로 관계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풍경의 발견’이 된다. 그가 선별한 시의 이미지들을 딛고 올라서면 사실적인 풍경의 시간 너머로 반짝이는 최초의 풍경이 보인다. 아니, 만져진다. 그렇게 그의 발길이 머문 곳에서 떠오른 현대시 이해는 선 굵게 스케치한 곳곳의 풍경들을 부드럽게 언어로 더듬어 촉각화 하는데 기여한다.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만져지는 시간과 공간의 무늬, 그리고 일상의 돌기들을 통해 깨달음의 한 소식을 전하는 문맥들이 소슬하다.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이영혜 시인의 시는 화려하고 깔끔하게 포장되어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우리 생활의 저변에 널린 이름 없는 고통의 맨 얼굴들을 데생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인다. 따라서 그 반대편에 태연히 폭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가해의 숨은 수성(獸性)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리고 갈수록 위장술이 지능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고농도 화학약품이 탈색해 낸/ 과장과 위선”의 “웃음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삶의 “획일적 배후”를 유도해 환기시킨다. 그녀가 그 냉혹한 현실의 배후에서 시의 이름으로 현실적인 정상 “궤도와 중심축을 이탈한 채 자전 공전하는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자폐적 사생아를 낳”듯 쏟아 놓은 시편들은 그래서 “해독제 없는 달콤한 독”처럼 유혹적이다. 그 치명적인 독이 당신의 혀에 스며들 때쯤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레테의 강을 건너”는 시인은 아름답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단단히 묶’고 걸어 나오는 저녁의 문장이다. 그런 그(꽃)의 ‘생채기’투성이 발을 어루만져보면, ‘B612의 광속’으로 ‘뼛속을 달리는 사랑’의 맨 질주가 느껴진다. 엄격히 우리는 모두 다 아프다. ‘감기약이라는 게, 먹어봐도 아플 것 다 아프고, 낫는 것’처럼 그의 시에 등장하는 주변인들과 사물들은 삶(사랑)에 묘약이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싱거운 감기약을 털어 넣을 수밖에 없는 환우들이다. 그 가운데 신승우는 추상화된 언어 합병증에까지 시달려서 매끼니 때마다 약 대신 시를 상습 복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젖은 연탄 냄새 자욱한 골목에 사르락사르락 아스피린처럼 내리는 눈발을 이윽히 내다보다가, 문득 ‘노루가 바다로 도망쳐, 잉어로 헤엄치’ 것을 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따스한 시선은 바로 견딜 수 없이 아픈 풍경에 대한 시인의 지극한 위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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