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일문학을 공부하였다.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일 관념론과 낭만주의 비교연구(System und Genesis: zur Theorie des Systematisch- Genetischen in der deutschen Romantik und im deutschen Idealismus)』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독일 관념론과 낭만주의 미학, 문화학적 방법론과 새로운 미학논의들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에는 18세기 독일 계몽주의 ‘인간학 이념’에 내재된 융합학문적 토대와 20세기 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간학 이념’의 논의맥락에 주목하여 통합학문으로서 ‘인간학적 미학’의 가능성 조건을 마련하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형이상학적인 존재개념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하여 후기구조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존재로서 형성시킬 수 없는 실재계의 유일한 부분의 부재를 보충하기 위해 기능하는 것'으로서의 언어의 "측면-존재"적 위상 (라캉), '갈등적으로 규정되고 위계적으로 분절되어진 의미생산적 매트릭스'로서의 '비-장소' (데리다), 그리고 '산물로서 고정될 수 없는 의미'의 "부속-존재"적인 위상 (들뢰즈) 등과 같은 새로운 존재개념을 창출해 냈다.
그러나 존재개념을 향한 이러한 모험적인 시도들은 이미 독일 전기낭만주의를 포함하는 독일관념론에서 이루어진바 있기 때문에 그리 새롭다고 할 수 없다. 노발리스는 '너무도 커다란 생동성을 완화시켜주는 기억'과 '너무도 약한 삶을 증진시키는 예감'을 서로 일치시키는 현재적 순간으로서의 '절대적 현재'를 추구하면서, 이것의 원리로서 '상호규정'과 '상호작용력'에 기초하여 이미 내적으로 분절화 되어 있는 '존재 그 자체'를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무한히 접근될 수만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횔더린 역시 과거와 미래에로 향한 현실적인 삶의 실제근거를 감지하려는 의도로,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지점으로의 동일적인 이행추구'의 형식을 지니는 "총체인상"을 그의 고유한 존재개념의 징표로 삼는다. 슐레겔은 비록 자연과 자아의 유비를 통해 자연과 정신세계에 공통으로 유효한 체계를 구성하고자 했지만, 노발리스와 횔더린처럼, 그리고 후기구조주의자들처럼, 존재를 자연과의 상호작용의 정도만큼 규정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무한한 완전성'이라는 패러독스한 체계를 추구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후기구조주의의 기본적인 논의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셸링의 철학일 것이다. 처음부터 '전일적인 비 포텐츠적 존재(das all-einige potenzlose Sein)'에 다름 아닌 절대적 동일성을 추구하였던 셸링의 철학은 사물들의 비존재를 의미하는 포텐츠들이 '증진체계'에 근거하여 근원상적인 동일성의 "시뮬라크룸" 속에서 구조화되는 것과 동시에, 사물들의 존재가 모든 포텐츠들로부터 자유로운 절대적인 존재에 접근하게 되는 과정을 입증해주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독일관념론을 그 본래적인 의미에 의거하여 현실적으로 다시금 활성화 시키는 작업의 도정에서 독일관념론을 극복하고자하는 후기구조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지만, 독일관념론이나 후기구조주의나 모두 비판적 접근의 대상으로서만 유효하다고 생각해야 하며 그들처럼 역시 존재의 모험을 체현하고 있는 우리는 관심의 초점을 후기구조주의자들에 의해 비판되어진 내용이 아니라, 그들의 비판의 몸짓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의미맥락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2004년 8월 27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