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해부교실>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월간 <객석> 편집장을 거쳐 2012년 현재 월간 <피아노 음악>과 <스트링 앤 보우>의 편집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시집 <사랑법>, 음악에세이집 <랩소디 인 블루>, <시인이 읽고 화가가 그리는 영혼의 클래식 100>이 있다.
...인류 불멸의 유산을 남긴 작곡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골라 '송가'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지극히 추상적인 음악을 듣고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내 능력으로 가능할까. 언감생심. 그렇지만 욕심이 생겼다. 음악은 고교 시절부터 어언 40여 년을 들어왔고, 그동안 음악잡지 편집장으로 오래 일을 해왔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은 나에게 종교와 같은 위안이요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알량한 글솜씨를 내세워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글만 가지고 그 위대한 음악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백순실 화백에게 졸라보기로 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부탁이었고, 그 역시 난감해했다. '한국의 소리'도 했으니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업은 세계 초유의 일이 될 것이라 했다. 사실이 그랬다.
음악과 그림과 시의 만남. 더구나 이 음악들은 지난 역사의 천재들이 남긴 그들의 의지이자 인류 최고의 예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