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출생. 1984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까』 『적천사에는 목어가 없다』 『들꽃을 엿듣다』 『지동 설』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 『대구, 다가서 보니 다 詩였네』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를 펴냈다.
풀꽃은 들판이든 길가든 어디에서고 피어서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말의 빛깔과 향기를 보낸다. 그들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혹은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변함이 없이 별로 없다. 사람들에게 오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오지 않는다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 동안 그들에게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혹 듣는다 해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떤 말을 하려는지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보니 풀꽃은 내게 무슨 말을 한 게 분명하다. 나는 그 말을 들어보려고 풀꽃들을 많이 찾아 다녔다. 백두산 트레킹에 나섰을 때도 모진 겨울을 이겨낸 풀꽃들에 이목구비를 집중하며 하루 종일 보냈다.
풀꽃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인간의 언어로 바꾸어 보기도 하고, 인간의 언어를 그들의 말로 옮겨보기도 했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 꽃이 한 말 속에는 때로는 웃음이 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이 고여 있기도 한 것을 보고 느꼈다. 그것들을 내 마음대로 짐작해 본 것을 이번 시집으로 묶어 보았다.
이 허술하고도 한가한 느낌을 시로 풀어내는 일은 또한 얼마나 하릴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하릴없는 작업 속에 배어있는 웃음과 울음의 빛깔과 향기를 이 시를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만한 다행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