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의 〈수상록〉은 분명 유명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책명이고 오래전에 읽어 내용이 이미 희미해졌거나 혹은 오래전부터 책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묵히고 있을 책이다. ‘에세이’ 또는 ‘에세’라는 책명으로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했다.
글 속에서 방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몽테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였다. 그래서 〈수상록〉은 철학적 메시지이기보다는 자신과 삶에 대한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인 〈Essais〉는 ‘수필’로도 번역되지만 첫 번째 의미는 시도 또는 시험을 뜻한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글인 만큼 이보다 더 어울릴 제목은 없을 것이다. 몽테뉴에게 이러한 여정은 여러 주제를 다루는 시도와 같았고 또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면서 미래의 자신이 볼 과거의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불가지론의 정신과 어울린다. 그 덕분에 에세이 즉 수필이라는 장르가 탄생했고 그는 수필의 아버지가 되었다.
16세기 최고의 지성인이자 사상가이며 철학자인 몽테뉴. 그의 〈수상록〉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5세기가 지났다. 시간의 간격을 떠올려 보면 까마득해서 지금껏 회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케케묵은 이야기들은 아닐지 걱정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고 내가 무엇을 아는지에 대한 물음에 세월이라는 것이 적용되겠는가. 단어나 표현은 달라졌을지언정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다르겠는가. 그 과정은 몽테뉴가 그러했듯 자신에 대한 고민과 사유에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