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사범학교를 졸업할 때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예부 동아리 부장으로 시인 은사님을 모시고 시 공부를 했지요. 그 해, 첫 만남의 눈빛 고운 어린이들과 문집을 만들며 시를 쓰는 일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군대에 갔다가 다시 어린이 곁으로 간 곳이 푸른 바다가 멀리 보이는 울진군 매화초등학교였어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부터 어린이와 생활하며 쓴 시를 「강원일보」를 비롯한 여러 곳에 가끔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꼭 50년 전인 1962년 봄에 「매화」라는 동시집을 냈지요. 내 글씨에 우리 반 어린이 그림의 서툴고 초라한 프린트 동시집이지만, 새순처럼 돋아나는 상큼한 느낌으로 소리 내어 즐겁게 낭송했었지요.
이 동시집을 읽는 어린이와 학부모 여러분!
나는 오랜 세월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가는 곳마다 한 주일에 ‘시 한편 외우고 시 한편 쓰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공부는 좀 못해도 소리 내어 시 외우기가 무척 재밌다고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기도 했어요. 시험 성적은 좀 나빠도 기막힌 생각을 원고지에 담아낼 때 깜짝 놀랐습니다. 둥근 보름달을 보며 밤마다 잠 못 잤는데도 포동포동 살이 쪘다고 썼어요. 키다리 미루나무 보다 키작은 사철나무가 포근한 엄마품 같아서 새들이 별을 안고 자고 간다고 했어요.
좀 엉뚱하게 상상하고 진솔한 생각을 모으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음을 많이 보아 왔어요.
이 동시집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신 화가 김광배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