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한신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지구화시대의 영문학』(공편) 등이, 역서로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햄릿』 『어둠 속의 희망』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공역) 등이 있다.
To be, or not to be. 『햄릿』의 이 독백은 셰익스피어의 대사 중, 아니, 유럽 연극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사일 것이다. 이 독백의 첫 행은 대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정도로 번역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삶과 죽음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싸워서 넘어설 것인가 하는 삶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동사 ‘be’는 ‘있다’와 ‘이다’ 두 뜻을 포괄하는데, 이 대목에도 두 뜻이 모두 실려 있다. ‘현 상태 그대로 있을 것이냐, 아니면 삶의 (죽음을 포함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라는 뜻으로 읽히기를 기대하면서 지금처럼 옮겨보았다.
백년 가까운 우리말 『햄릿』 번역사에 또 하나의 역본을 보태며, 역자 나름으로 공들였던 주요 사항들은 작품해설에 소상히 밝혀놓았고, 그밖에도 『햄릿』의 큰 매력인 등장인물들의 각인각색 말투를 실감 나게 옮기는 데도 적잖이 품을 들였다. 아울러 판본들 간 주요한 차이를 역주로나마 반영하여, 한가지 판본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햄릿』의 복합적 면모를 조명해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