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태어나 평생 군인으로 살다가 뒤늦게 문학에 귀착했다. 전투조종사라는 지극히 이성적 삶의 토대 위에 감성적 사고의 모래탑을 아슬아슬하게 쌓고 있다.
수필집 『조종사는 가슴의 날개로 난다(2017)』,
『사람을 잇는 길; 사잇길(2021)』,
시집 『포구가 어둠을 껴안고(2024)』를 엮었다.
책을 내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조종사로서 책을 한 권 내겠다는 소망을 품게 된 것은 40대 중반부터였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기고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머릿속의 생각 조각들을 엮어 한 편의 정리된 글로 써낸다는 것은 도공이 도자기를 구워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흙으로 정성들여 빚었다고 해도 막상 구워진 것을 꺼내놓고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내놓기까지 많이 멈칫거렸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게 되었다. 내년이면 37년간 잡고 있던 조종간을 놓아야 한다. 하늘은 더 이상 날아다니는 공간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으로 바뀐다.
조종사는 가슴에 달린 날개로 하늘을 난다. 비록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윙(wing)’이라 불리는 작은 표식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은 하늘을 주름잡을 수 있는 권위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권위는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벼리고 닦아야 하는 책임과 희생정신, 동료들과 생사를 같이하는 편대정신編隊精神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윙은 직접 양력을 발생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각하게 하는 심리적 동력원動力源인 셈이다. 새가 끊임없는 날갯짓으로 하늘을 난다면 조종사는 윙에서 발현되는 정신력으로 하늘을 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조종사로서 걸어 온 나의 삶과 내가 추구했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8년간 공군사관학교 생도들과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입문과정의 학생조종사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후배조종사들이 자랑스러운 윙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종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하늘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글쓰기의 길로 이끌어주신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김홍은 교수님과 푸른솔문인협회 여러 문우들, 그리고 편집과 발간을 위해 힘써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누구보다 오늘도 하늘을 삶의 터전 삼아 열심히 훈련하고 하늘을 지키는 나의 제자들과 후배 전투조종사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 그리고 굳은 신뢰감을 전하고 싶다.
2016년 저물어 가는 날, 星武臺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