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민속조사에서 750년이 지난 삼별초 관련 지명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 깜짝 놀랐어요. 삼별초 동화를 써보자 생각하고 몇 번을 더 가봤지요. 강화도에서 출발해 진도, 제주도, 그리고 류큐 왕국까지 삼별초가 지나갔을 길을 따라 가보자고 계획했는데요. 게으름과 다른 일들로 몇 년이 훌쩍 흘러버렸어요.
이러다가는 정말 힐단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힐단새가 어떤 새냐고요?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에 산다는 상상의 새예요. 밤만 되면 울어서 히말라야 사람들은 야명조라고 부른답니다. 울음소리가 그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꼭 둥지를 만들 거야”라고 들린다고 해요.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산맥은 뼛속까지 추위가 파고드는데요. 힐단새는 바위틈에서 밤새 떨면서 “내일이면 둥지를 만들어야지, 둥지를 만들어야지” 결심하고 다짐한답니다.
얄라차! 아침 해가 떠오르면 둥지를 만들겠다던 결심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창공으로 날아오르지요. 밤이 되어 바위틈으로 돌아와 다시 추위에 떨면서 둥지를 만들겠다고 우는 날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계획했던 삼별초 동화가 힐단새처럼 끝내 시작도 못 하겠다 싶었어요. 무조건 노트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지요. 첫 문장 꼬리따기가 시작됐어요. 어느새 『삼별초, 사라진 왕국을 찾아서』가 나오게 됐네요.
진도에 또 하나의 고려왕국이 세워질 수밖에 없었던 비밀을 찾아보기로 했는데요. 고구려 정신을 계승한 고려의 민족정신과 자주정신, 꿋꿋한 기상을 삼별초를 통해 들여다봤어요.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삼별초 대몽항쟁을 통해 저와 여러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자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