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술꾼』, 『개미의 탑』, 『견습환자』 등이 있으며, 『길 없는 길』,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상도』, 『내 마음의 풍차』, 『불새』, 『제4의 제국』,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의 인생』 등이 있다. 작고 이후 유고집 『눈물』, 1주기 추모집 『나의 딸의 딸』,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세 번째 유고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네 번째의 유고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와 5주기 추모작 『고래사냥』이 재간행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출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아름다운 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이 낡은 앨범에 나오는 아내를 비롯한 나의 가족들은 이웃에 함께 사는 여러분 모두의 가족이며,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내 가족의 개인사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의 가족사家族史일 것이다. (중략) 열 권을 채운 후 이 교향곡을 끝내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고 있는 몫이겠지만 400회의 인생행로人生行路를 통해서 만났고 스쳐갔던 사람들, 함께 걷고 있는 수많은 이웃들, 앞으로도 만나게 될 나그네들 모두가 한 가족임을 깨달은 요즘 나는 그 모든 소중한 인연들과 삼라森羅와 만상萬象을 향해 고맙다는 사랑의 말을 전하고 싶다. (' 책머리에' 중에서)
'가족'을 400회 연재하는 35년여 동안 내 곁에 가족으로 함께 머물러 있어 주었던 아내와 다혜, 도단이. 우리 집의 바닷가로 소리치며 달려온 사위 민석이와 며느리 세실이. 조가비를 줍고 있는 손녀 정원이와 윤정이. 재미있게 함께 놀다 배를 타고 가없는 수평선 너머로 떠나가 버린 내 엄마와 큰누이, 그리고 작은누이. 이 모든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뛰놀던 천둥벌거숭이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벌거숭이들은 부모가 태어나기 전 창세기 때부터 하느님이 직접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입김을 불어넣은 인간들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 낙원의 동산에서 벌거벗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던 지아비와 지어미들인 것이니. 이 신성한 가족이여, 신비한 인생이여. ('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