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 박사를 졸업하고 23년간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리니지2>에 심취해 게임 폐인의 세계에 입문했다.『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이야기』를 쓴 뒤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화여대에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다.
SK텔레콤, ㈜KT, 삼성전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시공테크 등과 과제를 수행하면서 메타버스에 관한 5종의 보고서를 집필하고 메타버스 관련 논문 37편을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미 메타버스 사업 기획에도 참여했다. 연구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진화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게임사전』 등이 있다. 영화 〈청연〉, 애니메이션 〈토우대장 차차〉, 설치미술 〈아슈겔론의 개〉, 발레 〈신시21〉 등의 시나리오를 쓰고 온라인게임 <길드워>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도구 〈스토리헬퍼〉, 〈스토리타블로〉를 개발했다.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여『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초원의 향기』, 『시인의 별』, 『하비로』, 『지옥설계도』, 『청혼자』, 『카란의 사랑』『2061년』 등을 발표했고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작가세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이 미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대만, 일본, 중국, 루마니아에 번역되었다.
현재 독립연구자다.
나는 5년 전부터 외톨이가 되었다. 직장도 없어지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일절 끊어져서 나와 사회 사이에는 무엇 하나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번민으로 밤을 지새운 뒤에 걷는 새벽길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까지 훤히 꿰뚫려 보였다.
나로부터 저 만치 멀리 떨어진 시대는 팬데믹과 인공지능이라는 두 가지 힘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 깊고 빠른 운명의 균열이 삶의 구석구석으로 뻗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이면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어떤 것, 대체불가능한 것, 그래서 이 혼돈의 시대 뒤에 출현할 새로운 것을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미래를 과학기술과 관련된 외부로부터의 거시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실현할지 선택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내재적인 것,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된 어떤 것이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문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라고 한다. 이런 알파벳을 대영제국이나 미합중국 같은 지구 문명의 중심부가 아니라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자학적 사치’라고 말해진다. 나의 이 글은 ‘문자학적 사치’에 대한 탐구이다.
오래전 세종 이도라는 고독한 사나이가 국경을 넓혀 민족을 재구성하고 그 민족을 위해 이 글자를 만들었다. 이도는 새로운 민족의 사고에 뭔가를 새겨 넣었다.
지금 남북으로 나뉜 우리는 이 글자로부터 강력한 불꽃을 나눠 받았다. 전쟁을 겪고 갈등을 겪었지만, 우리의 결속은 그리 약하지 않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같이 죽을 사람들. 그 존명 공동체의 미래를 밝힐 횃불이 이 글자 안에 타오르고 있다. 지금 이 횃불을 높이 들어 캄캄판 밤을 밝히고 우리 힘의 결속을 세상에 꺼내놓을 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