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스케는 단 사흘 만에 ‘도쿄에 사는 명문 중학교 학생’이라는 신분을 잃고, ‘홋카이도 시골에 있는 아동 보육시설에 위탁 중인 중학생’이라는 처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자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요스케가 사사건건 ‘카이세이에서는……’ ‘카이세이 학생들은……’ 하고 되뇌면서 주변 또래들을 멀리하고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
‘호보사’라는 장소의 특성상, 요스케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가족과 관련하여 괴로운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요스케의 보호자이자 멘토인 케이코 이모조차 그렇습니다. 이들의 과거는 여전히 따끔거리고, 때로는 실체를 가진 사건으로 나타나 상처를 쑤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찾아드는 후회나 원망은 뼈저리게 아프지만, 실패의 뒤안길에서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그로 인해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마음으로 인해 쓰라린 기억마저 끌어안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추락하지 않았다면 서로를 영영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실패는 후회스런 상처가 아닌 그냥 과거의 기억이 되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