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웹툰 판매 1위, 조회수 100만명. 포화 상태인 줄로만 알았던 웹툰계에 또다른 활력을 불어넣은 조석씨를 만났습니다. '예상과 달리 작가의 첫인상은...'이라는 문구로 기사의 첫머리를 시작한다면 다들 실망하실까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자화상과는 딴판인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능가하는 예리한 포착 능력, 감탄사 하나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고 읽는 사람의 폐가 쪼그라들게 만드는 조석씨의 실체는 겸손하고 건강을 추구할 줄 아는 견실한 젊은이었습니다. 약 두 시간 동안 나눴던 이야기, 궁금하시죠?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김세진, 윤성화)
반갑습니다, 조석입니다.
알라딘 : 직접 그리신 얼굴과는 딴판인데요. 정말이지 멀쩡하게 생기셨잖아요. 자신의 외모를 너무 비하하시는 것 아닌가요.
조석 : 전 거울을 보면서 작업해요. 그래서 공공장소에서는 만화를 절대로 못 그려요. 이 에피소드는 지난 번에 만화로 그린 적이 있어요. 그리면 그릴수록 '더 격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죠. 완성본을 자세히 보면 대강의 윤곽은 남아있어요. 물론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은 없지만요.
알라딘 : 인터뷰하기 전에 자료를 찾느라 뒤져봤는데, 의외로 실물 사진이 많이 유포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조석 : 아, 그게... 제가 실물이 훨씬 낫다는 소문이 와전되다 못해 '미남'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졌어요. 그거 하나 믿고 사인회 오셔서 기껏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보니 그림이 더 나은 거예요. 그런거죠.
알라딘 : (...) 시간이 지날수록 댓글도 좋고 싫음이 분명히 갈리는 것 같아요. 웹툰 작가분들은 댓글에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실제로 만화에서도 댓글에 관한 에피소드를 몇 번 그리신 적이 있죠.
조석 :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가슴털로 그렸냐', '때려쳐라' 이런 댓글 보고 기분 좋을 작가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이제는 예전만큼은 아니예요. 댓글 중에서도 기발하고 소재를 제공해주는 재미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알라딘 : 댓글만 봐서는 연령대가 낮은 팬이 많은 것 같은데요. 실제 분포는 어떻게 되나요?
조석 : 여성팬이 남성팬보다 연령대가 낮아요. 남성팬은 중고등학생 이상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네이버 안부게시판에 팬이 하트를 남발하시며 '오늘도 조석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라는 글을 올려주셨어요. 읽을 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한참 생각해보니 글 중간에 '예비군 훈련'이라는 말이 있었던 거예요, 하하. 여성팬보다 남성팬이 많은 편이 편하긴 편해요. 인기 관리 안해도 되잖아요.
어느덧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알라딘 : 벌써 두번째 단행본이 나와서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그런데 '마음의 소리'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은 건가요?
조석 : 하하, 이 질문 꼭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생각이 안 나서 "낮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 누군가 '마음의 소리!'라고 외쳐서 그렇게 지었어요."라고 하기도 했어요. 설마 그렇겠어요. 제 만화를 보시면 유독 마음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대목이 많아요. 콘티 짤 때 그런 부분에 표시를 하고 '마음의 소리'라고 끄적거린 것이 제목의 계기였죠.
알라딘 : 이제껏 그렸던 에피소드 중에서 그리면서도 웃겼다거나 곤란했던 내용이 있나요?
조석 : 유독 군대 이야기를 많이 그리는 편인데, 얼마 전에 예비군 훈련에 대한 만화를 그렸어요. 컷에 모르고 훈련장 이름을 그대로 표기했어요. 군대라는 곳이 작은 문제만 일어나도 큰 일이 나는 곳인데, 높은 분들은 제 만화 내용은 모르시고 내부 고발 같은 걸 한 줄 아셨지요. 그래서 사무실에 불려가서 한 시간 동안 그 분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고, 저는 저대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실랑이를 벌였어요. 곧바로 훈련장 이름도 지웠는데 한참 동안 말이 많았지요.
알라딘 : 군대 에피소드 중 특정 고참을 언급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본인들은 아시나요?
조석 : 한 일 년 잘 버텼지요. 얼마 전에 고참 중 한 분이 보고 싶다고 네이버 쪽지를 보냈더라고요. 그런데 '보고 싶다'라는 말 뒤에 '꼭 연락해라, XXX-XXXX-XXXX'라고 써있는 걸 보고 아직까지 전화를 못 하고 있어요. 무언가 용무가 있는 것처럼 써 놓으셨더라고요.
물론 군대 이야기가 100% 사실은 아니지요.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각색도 하는데, 독자들은 제 만화만 보고 군대가 즐거운 곳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요새도 남학생들이 "형, 전경하고 싶은데 어떻게 가요?", "군대에 너무 가고 싶어요."라며 상담을 해오기도 해요.
알라딘 : 군대에서는 평판이 어땠나요? 만화에 나온 일상을 보면 매우 조용한 시간을 보내신 것 같은데요.
조석 :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열심히 만화를 그리다가 막상 만화 관련학과에 진학하고 나니 시들해지더라고요. 한참 방황하고 고민도 하다가 군대에 갔는데, 말년이 심심했어요.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길에 원고지 한뭉치를 사와서 무작정 그리기 시작했죠. 점호 받고 그리고, 밥 먹고 그리고 그랬어요. 후임들은 '진정한 고참'이라고 부르고, 선임들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년'이라고 칭찬이 자자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100장이 넘는 장편을 완성했어요. 희대의 역작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형편없더라고요. 그래도 지금 그리는 콘티 중 몇 개는 군대에서 그린 거예요.
유행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알라딘 : 하루 중 실제로 만화를 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조석 : 만화가들마다 작업 시간은 천차만별이예요. 얼마 전에 <핑크 레이디>를 출간한 연우 형의 경우에는 만화 한 편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과 공이 엄청나죠. 전 실제로 그리는 시간은 3~4시간 정도예요. 오히려 그리는 시간보다 스토리 구상하고 소재 찾는 시간이 더 괴롭죠. 소재가 없어서 밖에 나갈 일을 일부러 만들기도 해요. 중국에 있는 형에게 가서 일 년 정도 얹혀 살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한 달 정도 밤낮으로 생각했죠. 문제는 당사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예요. 형이 딱 잘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알라딘 : 소재도 문제지만, 웹툰은 유행에 더 민감하지 않나요.
조석 : 그리는 사람이 있으면 읽는 사람도 있어야 하니, 독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초심은 그랬는데 지금은 저도 많이 변했죠. 단행본 나오면 만화 속에서 자체 홍보도 하고. 하하하.
알라딘 : 책이 나온 뒤에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요?
조석 : 친구들은 인터넷을 잘 아니까 책 나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잘 모르셨어요. 사실은 제가 일부러 안 가르쳐드리기도 했지요. 집에 단행본 1권을 비닐도 안 뜯은 채로 쌓아뒀는데, 어머니가 그걸 뜯으시려고 할 때 '비닐로 싼 책은 안 뜯고 두는 거다'라고 말씀드려서 막았어요. 부모님도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 책이 나왔다고 자랑은 하는데, 그림을 보여주며 자랑한 적은 한 번도 없으세요.
알라딘 :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만화가가 있으신지요?
조석 : 고우영씨요. 그 분 만화를 보면 빼곡하게 컷이 들어차 있잖아요. 읽을 거리도 많고, 눈이 즐거워요. 어릴 적에 고우영씨 만화는 다 봤어요. 얼마 전에 <십팔사략>, <수호지> 등 고우영씨 만화책을 구입하려고 했는데, 월세를 내느라 아직 못 샀어요.
고우영씨 같은 장편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지금도 고민 중이고, 앞으로도 고민할 거예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제가 엄청나게 진지한 만화를 그렸는데, 독자들은 그 속에서 또 웃긴 부분만 찾으면 어쩌나 하는 거예요. 다른 내용은 하나도 안 보고 '조석님, 이 부분이 진짜 웃겨요'라고 하면 정말 힘빠질 것 같아요.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 분들께 사인 부탁합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지요? 저희는 포토샵 처리 안 하는데 괜찮을까요.
조석 : 전 포토샵 안 하는 편이 더 좋아요. 얼마 전에 모 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포토샵을 너무 많이 해서 밖에 그냥 나갈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