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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최진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1년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10월 <[큰글자도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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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얘기지만, 존재하고 있기에 존재해야 할 이야기. <이제야 언니에게>로 독자를 찾은 최진영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강나래














황현진 작가의 발문에 묘사된 몽골여행기가 인상 깊었어요. <이제야 언니에게>가 탄생하기 전 후, 개인 최진영이 어떤 이야기들을 하며 지내셨을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쓰기 전 후에도 계속 글을 썼어요. 원고를 쓴 건 올 초였고, 이 글을 넘긴 다음에도 또 다른 마감들이 많이 있어서 또 다른 글을 쓰고 그랬었어요. 몽골 여행을 가기 전에 초교를 교정하고 여행을 갔던 생각이 나요.


제야의 여행이 진영에게로 이어지고, 서울로 돌아온 내가 진영의 소설을 읽는 동안 다시 내게로 전해지는 긴 여정은 이차원의 세계를 넘어서는 공명이었다. (발문 <끝까지 외우는 사람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中)




<이제야 언니에게>는 이야기가 단단해서 빠르게 쓸 수 있을 만한 글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었고요.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하루가 궁금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빨리 끝내는 편이거든요. 장편도 두 달 안에는 끝내는 편이이에요. <이제야 언니에게>도 쓰려고 마음 먹기까지는 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매일매일 썼어요.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 쓰고요, 오후 시간은 무조건 쓰는 시간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흐트러져서, 의식적으로라도 쓰는 시간을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이전 작품에서도 학대 상황에 놓인 소녀라든지(<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종말을 맞이한 여성들(<해가 지는 곳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의 고통 등 (<구의 증명>) 참혹한 상황 앞에 놓인 인물들이 많았어요. 극한을 맞닥뜨린 이후, 그 이후의 삶을 대하는 태도, 의지 같은 것들이 읽히는 것 같아요.


제 소설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인물들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그들이 대처하는 상황과 사건들이 다를 뿐 인물들의 성정은 비슷한 거 같고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이 있을 때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는 사람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저에겐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뜨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해가 지는 곳으로> 중)


나는 여태 애썼다. 다시 애쓸 것이다. 나는 애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절대로, 그와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야 언니에게> 중)




구성이 눈에 띕니다. 1부의 2008년, 2004년, 2007년, 다시 2008년 7월 14일. 그리고 2부의 2008년에서 2010년, 3부의 2012년에서 2014년, 2017년까지 ‘이제야’의 일기 3부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2008년 7월 14일에 대한 기록은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합니다. 이 일기라는 구성의 특징 때문에 제야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처음부터 제야의 감정과 거리감을 두기가 어려웠어요. 


이제야라는 인물이 적극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글을 쓰고 싶었고. 그것에 가장 적당한 형식이 일인칭 시점이고, 일기일 거란 생각을 했어요. 가끔 삼인칭으로 바뀌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제야가 쓸 수 없을 것 같은 부분, 혹은 제야와 제니와 승호가 즐겁게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 삼인칭을 썼어요. 날짜를 계속 쓴 이유는 일기 형식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나간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2008년 7월 14일이 이제야에게 지나간 일이 아니라 계속 떠오르고 생각나고. 계속 제야의 삶을 죽이고 있고, 간섭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런 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날짜를 쓰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최진영 작가의 전작도 읽으면서 직설적이라 멈추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는데요, 이 소설에서도 “승호도 그럴 수 있을까? 힘으로 제압하고 성기를 꺼내서, 그럴 수 있을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어른이 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중략) 나는 승호를 잃었다.” 같은 문장을 읽고 멈추게 되었어요. 이 문장을 읽으며 제야가 무얼 잃었는지가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제야의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인물들이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마음과 상처를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 평소 성격이기도 하고요, 어디까지가 직설적인 문장인지 제가 그 감각을, 지점을 저는 모르기도 하고요.




범인인 ‘삼촌’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기에 혐의에서 빠져나갑니다. ‘합의서’를 쓸 수도 있는 사람이었고요. 제야 역시 흔히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피해자다움과는 거리가 있는 아입니다. 여고생인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술도 마셨고, 사건 이후 너무 침착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제야의 말을 믿지 않아요. 예전에 친구인 은비에게도 사람들은 비슷한 얘기를 했었고요. (“그랬지만 사실 오빠들이 나쁜 거잖아. 근데 선생님은 은비든 오빠들이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 같았어.”)


제야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어도 맥주를 마시지 않았어도, 제야가 어른들이 말하는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았어도 그런 말을 들었을 것이고, 제야가 더 큰, 일탈이라고 말해지는 행동을 하는 아이였어도 똑같은 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피해자를 어떤 틀에 가두는 말은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피해자한테 하는 말들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소설 뒷부분엔 보면 돈이 없으면 사는 게 힘드니까, 돈이 적당히 있으면 살만하니까, 뭐 이런 식으로 가해자게 변명의 여지를 주기도 해요.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말들이 현실에도 실제로 많으니까요.


제야도 "당숙이 그러기로 마음먹는다면, 오늘이 아니라도 앞으로 마주칠 숱한 날 중 어느 날, 제야는 당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야갸 어떤 성격이었든 가해자가 그러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피해자는 이래야 해, 상처받았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해. 보통 말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제야의 안에서 7월 14일이 완전히 완료된 사건이 아니지만 제야는 결국 대학도 가고, 남자친구도 사귄 적이 있고, 여행도 해냅니다. 일상이 아예 무너지진 않아요.


이 소설에서 제야가 상황에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는데요. 만약에 그런 부분을 쓰지 않는다면 제야갸 그렇게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거 같은 거예요. “네가 우울했으면 우울하지 않게 노력했어야지.” 하는 말들. 그래서 제야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저항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피해자를 보는 시선이 가혹하잖아요. “그런 일을 당했으면 골방에 처박혀서 미쳐버리겠지, 너처럼 일상생활을 하고 그럴 순 없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피해자는 그냥 그렇게, 미쳐버리길 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잖아요. 자신의 일상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을 오히려 의심하는 눈초리. 이런 것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피해자는 더 크게 상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가. 일상을 잘 살아가는 모습조차 비난 받을 여지가 되는가. 가해자는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다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럴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피해자의 삶은 이런 모습이든 저런 모습이든 다 비난의 대상이 되잖아요.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상처는….. 아니었다. 상처에는 완료나 흔적의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기생충처럼, 병균처럼, 생물처럼 산 채로 제야를 간섭했다. 지나간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불쑥 일상에 끼어들어 제야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야 언니에게> 중)




사건의 참혹함보다 그 이후 제야가 살아야 하는 삶의 혼란에 더 마음이 쓰였어요. 엄마에 대한 제야의 복합적인 감정도 그랬고요. 제야는 사건 이후 제니와 승호를 일정 부분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야의 혼란이, 자신도 자신의 답을 모르는 상황이 마음이 아팠어요.


소설을 쓰면서 제야한테만 집중을 했고, 그 순간순간들에 제야는 어떨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상황이라면 제야는 저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 것 같았어요. 엄마 같은, 가까운 존재에 대해서 원망하는 마음과 굉장히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그렇지만 함께 있으면 힘든 마음과, 그런 게 많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거 같더라고요. 꼭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나한테 힘든 일이 있으면 사실 그렇잖아요. 가장 가까운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없으면 괴로워하기도 하고, 그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했어요.


소설 마지막에는 제야가 나는 0이 되기로 했어.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도 비슷한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니와 함께하면 좋긴 좋은데 힘든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자꾸 자기를 탓하게 되는 그런 마음도 제야에겐 있으니까, 제야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온전히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제야는 엄마가 어서 떠나기를 바랐다.

다시는 엄마를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가 이곳으로 와서 같이 살기를 바랐다.

엄마와 차를 타고 어딘가로 끝없이 떠나고 싶었다.


(<이제야 언니에게> 중)




제야는 겉으로 보기엔 도드라지는 점이 없는 아이로 묘사가 돼요. 말이 많거나 활달한 편도 아닝고요. 하지만 제야의 내면엔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고, 여러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 외국어를 쓰는 나라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제야가 이런 캐릭터여서, 겉보다 마음이 훨씬 단단한 사람이어서 사건 이후 제야가 화를 제대로, 정확하게 내는 점이 더 와닿았던 것 같았어요. 제야가 계속 품고 있던 칼처럼요.


제야도 힘들었겠죠. 뭔가 확고해지기 전까지는 자기 안에 굉장히 많은 질문이 많이 있었겠죠. 그날 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을 거고, 늘 생각이 나고 곱씹었겠죠. 자기 혐오를 하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제야는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처럼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찾아낸 게 아닐까 해요.


분노와 증오도 있었겠죠. 나한테 다시 그런 일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땐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울면서 사정하지는 않겠다,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번 그런 일을 겪은 사람으로서 갖게 된 마음이 있겠죠. 사건이 일어난 후 믿었던 어른들에게 배신당하는 과정도 있었기 때문에, 제야가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 그런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해요.


누군가 내게 상처 입힌 일에도 내 잘못부터 찾으려고 했다. 내 잘못을 찾을 수 없을 때는 타인의 잘못을 실수라고 이해했다.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작가의 말> 중)




강릉 이모는 어떻게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에요. 강릉 이모는 경제적인 상황이라든지 가족 간의 갈등이라든지 육아와 결혼생활 같은 문제에 어느 정도 자유로운, 감정적으로도 제야를 돌볼 여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고(제야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장면을 쓸 때는 제야의 고통을 묘사할 때만큼이나 주저했다.) 작가의 말에도 쓰셨어요.



현실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설령 없다고 하더라도 제야에게는 이모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물론 현실에서 혼자 싸우고 계시는 분께 박탈감을 주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들었지만 이모라는 캐릭터를 씀으로써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야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서, 이모가 등장하게 되었죠.




이모와 제야가 함께 등장하는 부분에서 둘이 나누는 문장이 짧은 대화가 좋았어요. 이모는 제야에 대해 훈계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데, 제야를 그대로 두는 부분이 좋게 느껴졌어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부분입니다.


실은 내가 담배를 피운다. (중략)

그건…. 저도 피워요.

제야가 말했다. 

가끔 나눠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모가 웃었다. (<이제야 언니에게>


일단 저부터 제야에게 어떤 말을 하기 조심스러웠어요. 이모라면, 제야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입장이니까 이런 말도 상처가 될 것 같고, 저런 말도 상처가 될 것 같고, 주저하는 모습이 제야에게 또 상처가 될 것 같고 이렇게 생각이 깊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야 주변에서 제야를 지켜주는 어른의 모습은 이모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면서, 제야를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으로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행동 같은 걸로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장면들이 나오게 됐어요. 그런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제야는 이모의 병원으로 찾아가며 <자기 앞의 생>을 읽어요. “’낫지는 않아, 낫지는 않는단다.’를 심각하게 강조하는 것이 내게는 몹시 우스웠다. 마치 낫는 것이 세상에 있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 마음이 아팠어요. 제야가 읽을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제야가 어떤 책을 읽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자기 앞의 생>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는데요. 우연히 책장을 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꺼내 보았어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이 제야에게 되게 아프게 다가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펼쳤고, 펼친 페이지에서 본 문장이었어요. 이것저것 여러 책 중 고른 게 아니고, 즉흥적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었어요.


제야는 이 소설에서는 소설을,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글을 못 읽는 사람으로 나오는데요. 아마 그래서 제야가 도서관에서 빼보는 책은 인체도감 같은, 과학적 지식이 있는 책을 읽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모는 “부끄럽더라. 어른이면서 어른 아닌 척 살아온 나한테도 실망했고, 어른인 척하면서 어른답지 못한 인간들한테도 많이 실망했어. 부끄러웠어. 정말 부끄럽더라.”라고 이야기를 해요. 이모는 사건 이전까지는 제야와 별 교류가 없었던 사람인데요, 이런 이모에게도 제야와의 만남 이후 변화가 생겨납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다보니 이모의 말에 감정이입이 됐어요. 


제가 그런 어른이니까요.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인데요. 그래서 제 이전 소설에는 어른에 대해서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드러났었고, 사실 좋은 어른은 잘 등장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제가 어른이더라고요. 내가 어른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제대로 된 어른을 소설로 쓰지 않는 제가 염치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인데도 어른이 아니라고 하는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한 생각인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꼈잖아요. 그때부터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어른을 소설에 넣고, 내가 ‘이모’ 같은 사람일 수는 없더라도 쓰는 과정에서 이런 사람을 배우자, 노력을 하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다고 해서 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제야의 마지막 편지에서 제야는 좀 더 어른이 된 자신을 상상해요. 이모도 어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요. 최진영 작가가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이래야 한다,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만요, 이 소설에서도 피해자한테 자꾸 책임을 묻고 그러잖아요. 자기가 책임을 지려는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고, 비겁하지 않은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모’가 어떻게 보면 제가 원하는 어른의 모습인 것 같아요. 훈계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옆에 있어주면서 마음과 정성을 쏟아서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를 대하는 사람.




이 소설엔 나쁜 사람 말고도 좋은 사람들도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중, 최진영 작가가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실은 제니가 안쓰럽고 좋았어요.


사실 저는 이 소설을 쓸 때, 오직 이제야만 생각하면서 썼어요. 제니 캐릭터도 좋고, 이모도 좋고 하지만, 그냥 저는 이제야만 생각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다른 캐릭터를 많이 누르면서 쓴 느낌도 있는데요, 소설에서 제야가 더 잘 보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읽은 책 중 최진영 작가의 가슴에 유독 남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은유 작가님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을 보면서, 왜 이 사회가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가, 그런 생각을 했고, 사회의 부조리가 너무 느껴졌어요. 미성년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모든 걸 제약하는데, 자기가 하기 싫은 일, 위험한 일은 모두 맡겨두잖아요. 이런 세상을 만든 건 어른들이면서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지? 이 책임을 다시 피해자에게 돌리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제야가 읽었던 <자기 앞의 생>처럼, 이 책 속 등장인물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인물에게 어떤 책을 권할 수 있을까요?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이모에게라든지요.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프리모 레비의 책에 아우슈비츠에 대해서는 독일인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대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른이라면, 자기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도, 그것이 정말로 상관없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인간이 저지르는 많은 악, 범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곧 신간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쓸 수 있는 만큼 계속 써야겠죠. 이제 곧, 10월 내에 소설집이 나올 거예요. (주 : 인터뷰 이후 <겨울방학>이라는 제목의 소설집도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집도 6년 만에 나오게 됐는데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쓸 수 있다면 계속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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