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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신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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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왕집중 왕>

시옷 생각

사과와 시와 시옷 생각 과수원 집 아이는 계절마다 사과나무가 펼치는 풍경을 보며 자랐다. 여름날의 풋사과가 따가운 가을볕에 붉게 영그는 사과의 시간은 언제나 경이로웠다. 가을이 깊어지면 온 식구는 사과 따는 일에 힘썼다. 사과가 산처럼 쌓이면 꼭지를 자르고 흠이 없는 것을 골라서 크기에 따라 나눴다. 그렇게 상자에 담긴 사과는 세상 밖으로 나갔다. 모자란 듯 익어 푸르뎅뎅하거나 새가 쪼아서 흠이 난 사과는 이웃과 나누고 식구들이 먹을 몫으로 남았다. 흠난 자리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패이고 썩어 들면서 사과의 맛과 향이 꼭대기에 이르다가 어느 날 뭉텅 곯아 버렸다. 국어책에 실린 시와 사과를 좋아했던 아이도 사과 향을 품고서 세상으로 나갔다. 말이 없던 날이면 한 줄의 시를 썼고 닿을 수 없는 곳엔 문을 내어 길을 나섰다. 상처 난 것, 한자리에 머문 것들을 보듬었다. 식구들 몫으로 남은 사과가 시의 자리인 걸 알았다. 첫 동시집을 내어 기쁘다. 오랜 시간 나를 들여다보고, 곳곳에 있는 나만의 당신을 생각하며 접어 두었던 마음을 묶었다. 혼자 힘으론 어림없는 일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과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한 편의 시가 누군가의 눈에 머물러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왕집중 왕

까치가 드나들며 감나무에 주홍빛 등불을 켜 놓았다. 잎 떨군 감나무가 홍시로 환해졌다. 이럴 땐 감나무에게 참으로 근사하다, 말해 주기. 가을이 저물고 내 발등도 어둑해지는 겨울이 왔으니, 봄날에 툭 떨어지던 도톰한 감꽃을 떠올려야지. 몹시 추운 날엔 홍시 등불을 데려와 마음부터 녹여야지. 더딘 걸음이지만 오늘도 시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잘 보이지 않는 것, 낮고 여린 것에게 향한 내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더 다정다감하게 어린이 곁에 동시 곁에 머물고 싶다.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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