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과 생애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냉소적 집착'이라 말하고 싶다. 그 집착의 의미와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물 속에서 일련의 모순과 페이소스를 발견한다면, 그리고 '쿨'이라는 말로 그를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피상적인 관찰이었는지 깨닫는다면, 비로소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신선이 아니었으며, 고등학교 시절 앞자리에 말없이 앉아 책 한 권 손에서 놓지 않던 바로 '그 녀석'이었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습인가. - 김현준(옮긴이)
사랑의 셈법에 따라 책의 내용을 다시 짚어 봤다. 그랬더니, 이런 얘기가 됐다.
한 사내가 있었다. 천재적인 음악의 감각을 타고 태어났지만 그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그는 스타가 됐다. 뜻하지 않게 마약이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지러진 눈빛 속에서도 그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인들은 더 강한 집착으로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다.
어느새 그는,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제멋대로 살다가, 역시 제멋대로 죽었다. 알고 보니 그가 사랑한 건 음악과 마약뿐이었다. 여인들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그를 사랑했다. - 김현준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