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무렵의 시들을 다시 만나 소실되어가는 나를 붙잡고 말을 걸어보았다. 오래된 시들로 내가 어떻게 이 세상을 통과했는지 몸을 떨며 느낀다. 세상과 잘 섞이지 않았던 때의 시들은 구체적이고 딱딱한 질감의 세속적인 말을 갖고 있다. 이제 나는 세상과 잘 어울리는가.
답은 없고, 삼각잎아카시아 나뭇잎처럼 어깨가 위로 솟구친다. 뭔가 무수한 그늘과 함께 사는 것이 나이고 이 시집이라는 걸 자신에게 고백했다. 두번째 시집 『나만의 것』에서 열 편의 시도 데려왔다. 처음과 끝이 없는 게 시라지만 열 편의 시를 데려온마음은 처음이고 끝이다. - 개정판 시인의 말
쿤데라적 모독, 바타유적 모독을 떠올리며, 삶을 견디는 것이 과연 무엇을 가능케 할까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생각해본다. 무당집 붉은 기처럼 펄럭이지 말기를, 부디 경대 앞에 놓여져 혼자 얼굴을 들여다볼 때, 그때 펼쳐져 읽히길. 멀쩡한 재킷 안에 입은 내 젖은 속옷의 불편함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이 뒤늦은 후회. - 초판 시인의 말
이 책에서 나는 책의 사용에 대한 많은 길들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많이 삽입하여 독자가 직접 그 책들을 찾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에서 어슴푸레 우리 책읽기의 외연을 넓힐 수 있기를 감히 꿈꿔본다. 나는 이 책읽기를 통해, 또 책을 사용하면서 얻은 많은 진실을 전해보려고 행간에 꿈을 심는다.
영화가 그렇듯이 출판도 종합적인 그 무엇이다. 영화가 미술과 문학, 음악 등등 여러 인접 예술들과 함께 성립되는 것이라면 출판도 꼭 그러하다. 문학과 예술, 문자와 무수한 표현양식의 결합 속에서, 그런 의미망 속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인문학적 출판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했다. 또한 실무 테크닉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이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