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나는 서울의 어느 상가에서 매니큐어가 잔뜩 쌓인 가판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이 가판대를 찍으려고 했을까? 그건 아마도 매니큐어의 매혹적인 색깔 때문일 수도 있고, 하얀 뚜껑이 제멋대로 다양한 각도로 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일 수도 있고, 한창 유행하고 있는 싸구려 매니큐어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모습이 꽤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매니큐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패턴과 각도, 색감으로 나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나는 여행을 하거나 거리를 돌아다닐 때 항상 사진 찍는 일에 빠져 있다. (…)
얼마 전에는 파나마시티에 있는 어느 생선가게에서 잘게 썬 해산물이 잔뜩 섞여 있는 상자와 마주쳤다. 완벽한 모습이었다. 세상 어디든 물건들은 정리되어 있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미학에 관련된 관심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정리된 물건들은 시각적으로 닮아 있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왜 이처럼 어떤 것들을 연결시키고 싶은 걸가? 나는 다양한 사물과 풍경의 모습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서로 연관짓곤 한다. 그렇지만 위의 경우에는 작은 물건들이 무작위로 쌓여 있는 것, 딱딱한 모서리와 부드러운 모서리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 그리고 각기 쌓여 있는 물건들 안에 인상적인 시각적 기운이 깃들어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라고 추측해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일상생활의 모습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에 그냥 의도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다양한 문화에서 이런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시각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나는 진지하게 생각에 빠지게 된다.
붉은색으로 강조된 것이 이미지들을 시각적으로 연결하지만, 각각의 이미지들은 특별한 장소에서 그 시간이 강조하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각각은 그 이면에 문화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관찰할수록, 더 비슷한 점과 패턴과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다. 가까이 관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이 알 수 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