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연인과 헤어진 후에도 돈 때문에 여전히 엮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감정적인 문제를 뒤로 미뤄두기도 하는 김지연의 인물들. 그러니까 누군가와의 연애나 회사에서의 일이 단순히 마음이나 성취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영역에서 감각된다는 것.
사랑과 빚, 마음과 노동, 청춘과 재해…. 멀찍이 떨어진 듯 보이지만 분리 불가능한 이 단어들을 모아 만들어낸 지금 청년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 기숙사에 들어가 혼자 살던 홍미는 부모가 죽은 뒤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며 살아왔다. 새해에는 다른 곳, 더 나은 곳에 가 있기 위해 올해를 부지런히 살아냈지만, 불운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렇게 '서둘러 늙어버린 여자아이' 홍미에게도 아직 연습할 날들이 남아 있을까? “실패로 끝난다 해도 그게 완전한 절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토록 속아놓고도 다시 또 기대에 차 ‘해피 뉴 이어’라고 말”해볼 수 있을까?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랑’과 ‘결함’을 나란히 두겠다는 결심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갉아먹고 훼손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랑을 다짐하는 인물들. 이 소설은 풋풋하고 싱그럽기보다 “축축하고 퀴퀴한” 이야기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진창에 발을 들이길 택한다면, 이게 진짜 사랑이라고, 사랑의 민낯이 여기에 있다고, 우리 이런 사랑을 하자고 자꾸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때 그 시절 우리는 무언가를 아주 절실히 참고 견뎌내고 있었는데,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무엇은 더위처럼 아주 기승을 부렸고 극성이었으며 말 그대로 지랄 맞았다. 다들 마음에 그런 것을 꾹꾹 눌러 담은 채로 모여 있었다. 그러니까, 모여 있는 게 문제였다는 뜻이다.
견딜 수 없음을 견디고 미숙함을 감춰야 하던 시절. 200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십대가 가진 복잡다단함과 함께 짓무른 복숭아처럼 시큼하고 달큼한 첫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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